화학적 유산/임신에 대해서: 임신 극초기 증상과 징후 인식하기
결혼 후 첫 두줄의 기쁨, 그리고 그 후
생애 처음 제게 찾아온 두줄의 신비. 그리고, 그 신비한 감정은 화학적 임신(Biochemical pregnancy loss)이라는 결말을 맞이하며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레트로졸(Letrozole)이라는 약으로 배란유도를 시도한 지 두번째 싸이클이 지났을 때, 임테기(임신테스트기)를 통해 연한 두줄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임신테스트기는 소변에서 융모성 생식선 자극 호르몬 (hCG·human chorionic gonadotropin)’을 검출해서 임신의 여부를 알려주는 도구예요.
여러 여성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초기임산부들이 이틀에 한번 꼴로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하면서 테스트기의 색상이 진해짐을 확인한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즉, 체내에서 분비되는 hCG 호르몬의 양이 약 48시간마다 많이 늘어나면서 임신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사를 만나러 가기로 약속을 정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임신테스트기를 매일 사용했어요. 하지만, 두줄의 색은 여전히 연했고, 더이상 진해지지 않더라고요. 결국, 피검사의 첫 수치로 임신임을 확인했지만, 그 다음 두번째 피검사를 통해 수치가 낮아졌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의사도 조기유산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임신은 희망과 꿈, 동시에 걱정과 염려로 가득찬 여정인 걸 이번 기회에 정말 많이 느꼈어요. 또한, 저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여성들이 임신 기간동안 유산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체험한거죠.
임신 극초기라함은 임신 1주차부터 5주차까지를 가리킵니다. 화학적 임신은 바로 이 임신 극초기 시기에 일어납니다.
화학적 유산(Biochemical Pregnancy Loss)이란 무엇인가?
화학적 임신 혹은 화학적 유산이라는 명칭은 착상 직후에 발생하는 임신 초기 유산을 말합니다. 임신 테스트 양성 반응과 갑작스러운 호르몬 수치 감소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저의 경우도 이와 같았습니다. 생리 예정일 전후로 임신테스트기 양성을 보게 되었고, 병원에 가서 진찰 후 혈액검사를 실시했어요. 생각보다 높지 않은 hCG 호르몬 검사 수치에 이미 긴장감이 시작되었고요.
화학적 유산이 일어나는 이유:
1) 염색체 이상
생화학적 임신을 포함한 임신 초기 유산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발달 중인 배아의 염색체 이상입니다. 이러한 이상은 적절한 배아 발달과 착상을 방해하여 임신 초기에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호르몬 불균형
호르몬 불균형, 특히 프로게스테론 수치 문제는 자궁 내막의 발달과 배아의 착상 및 임신 유지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충분하지 않으면 임신 초기에 유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요.
3) 자궁 이상
자궁 중격(자궁의 분열) 또는 자궁 근종과 같은 자궁의 구조적 이상은 착상이나 배아의 성장을 방해하여 화학적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면역 체계 문제
면역 체계 장애 또는 자가 면역 질환이 생화학 임신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은 신체가 배아를 이물질로 공격하여 착상 실패 또는 임신 초기의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5) 산모의 나이
산모의 고령(일반적으로 35세 이상으로 정의됨)은 배아의 염색체 이상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생화학적 임신의 발생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6) 라이프스타일 요인
흡연, 과도한 음주, 약물 사용 또는 영양 부족과 같은 특정 생활 습관 요인은 생화학적 임신을 포함한 조기 임신 손실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우리 인생의 상당수가 그렇든 정확한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게 바로 화학적 유산입니다. 그저,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탕으로 이유를 추적해보는 것이니, 너무 자책하거나 마음 아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가 30대 중반에 결혼해서 임신 시도를 시작하기 때문도, 임신 극초기에 불안해하면서 매일 임신테스트기를 했기 때문도, 더 젊었던 시절에 술을 많이 즐겼기 때문도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그저, 이번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다음은 분명히 온다고 말예요.
임신 극초기 증상
임신 여부에 따른 증상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배우게 되었습니다. 구글, 네이버, 티스토리 등 검색을 안해본 글이 없을 정도로 “임신 초기 증상,” “임신 극초기,” “임신 0주차 증상,” 등등의 포스트와 아티클을 찾아 읽었어요.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의 케이스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으로 흔하게 여겨지는 극초기 증상들은 아래와 같더라고요.
1) 가슴/유방 통증과 유두 민감성
많은 여성이 임신 초기에 호르몬 변화로 인해 유방이 부드러워지고 민감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저 또한 이전 생리 때보다 훨씬 예민해진 가슴 때문에 아침 기상 때마다 깜짝 놀랐었고요.
2) 피로와 졸음 증가
피곤함을 느끼고 평소보다 더 많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임신 초기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여성의 몸은 태아를 키우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 임신 테스트기 양성 결과 이후로 잠깐 외출했을 뿐인데도 극심한 피로와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경험했어요.
3) 메스꺼움과 입덧
입덧은 일반적으로 임신 후기와 관련이 있지만, 일부 여성은 임신 극초기에도 가벼운 메스꺼움이나 구역질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입덧보다도 메스꺼움을 느꼈어요. 식사 전후, 시시 때때로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심한 수준이 아니었으므로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었고요.
4) 식욕과 음식에 대한 갈망의 변화
호르몬의 변화는 식욕의 변화를 일으켜 비정상적인 음식에 대한 갈망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저의 식습관은 이전과 동일했습니다.
5) 배뇨(소변) 증가
태아가 성장하면서 방광에 압력이 가해져 화장실에 더 자주 가게 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화장실을 이전보다 살짝 더 자주 가게 된다고 느꼈어요. 하루는 밤에 자다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이건 임신 증상인지 아닌지 구별이 어렵습니다.
6) 기분 변화 및 감정 변화
호르몬 변화는 기분에 영향을 미쳐 기분 변화, 과민성 또는 감정 고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임신테스트기의 테스트선이 차례로 진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한 후에 마음이 뒤숭숭했기 때문에 결코 호르몬탓만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 같아요
화학적 임신 전 징후 알아차리기
화학 임신을 하기 전에 자신의 몸에 주의를 기울이고 잠재적인 징후를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증상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개인마다 증상이 다를 수 있으며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다음은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징후입니다.
1) 생리 주기를 추적하는 중, 생리를 놓친 경우
생리 불순이나 생리를 놓치는 것은 임신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죠?
2) 기초 체온의 변화 모니터링
기초 체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이건 착상 및 임신 가능성을 나타내는 징표가 될 수 있습니다. 기초 체온이 상승하여 임신일 수 있겠다 생각했고, 이는 임신 테스트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진행했던 혈액검사에서도 결과는 동일했어요. 다만, 화학적 유산이 진행되는 시기에 기초 체온도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초체온을 재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계속 그 결과에 집착하고 생각을 멈출 수 없어서 거기에 따르는 스트레스도 있습니다.
3) 착상 출혈 확인
일부 여성은 배아가 자궁 내막에 착상할 때 가벼운 착상혈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착상혈과 생리혈은 매우 달라요. 대부분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냉과 함께 적은 양의 피를 보았기 때문에 착상혈인가, 하고 헷갈리기도 했지만, 몇시간 후 바로 생리 출혈로 이어졌습니다.
4) 자궁경부 점액의 변화 기록
자궁경부 점액의 농도와 모양이 변하면 임신의 초기 징후일 수 있습니다.
5) 의사의 조언 구하기
임신이 의심되거나 임신 초기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리 예정일 이후 임신테스트기로 양성을 확인하고 곧바로 패밀리닥터를 만났습니다. 의사는 혈액검사 및 초음파 검사(Ultrasound)를 받을 수 있게 대처해주었어요. 의료진은 안내를 제공하고 임신을 확인하며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임신 초기 검사는 임신 호르몬 수치를 파악하는 데도 유용합니다.
화학적 유산에 대처하기
세상 누가 화학적 유산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저는 아니었어요. 이미 조금은 예상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유산의 마지막 과정을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혈액검사와 초음파를 예약하고 진행하는 중간 중간, 눈물이 나오고, 생활을 잠시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은 그 준비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여성들의 마음을 많이 어렵게 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생명을 고대하고 기다린다는 기쁜 마음부터,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마음까지. 모든 이가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게 되는 시간입니다.
화학적 조기 유산을 겪고 나면 이후 휴식기를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화학적 유산 이후 바로 임신을 시도해서 예쁜 아기천사를 만났다고도 하고요. 저 또한 화학적 유산이 끝나면 바로 임신 시도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내일 있을 초음파 검사가 끝난 후 의사와 상담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나의 몸과 감정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할지도 모르니까요. 태명부터 이름까지 아직 우리에게 닿지 않은 아이를 불러주고 싶은 마음이 한 가득인데도 말예요.
감사한 것은, 저와 신랑의 기다림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인데요. 미완성으로 끝나게 되어 마음이 아프지만, 우리 둘의 삶이 만나 한 생명이 태어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에요.
임신을 준비하며 예쁜 아기를 기도하는 분들이 모두 어려운 마음 때문에 희망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마음과 몸을 건강하게 하며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응원하는 마음, 전합니다.